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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으로 본 중국의 공동부유정책과 그 영향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이 중국에서 큰 화제이다.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넷플릭스 이 모든 글로벌 서비스가 완전히 차단된 국가에서 중국인들은 ‘어둠의 경로’를 통해 불법 다운로드를 하거나 일시적으로 해외 IP주소로 바꿔서 우회 접속하는 VPN 방식으로 오징어게임을 시청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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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게임에서는 참가자 한 명이 죽을 때마다 1억원씩 적립되고 마지막 승자가 적립금을 다 가져간다. 패자가 잃어야 승자가 득하는 제로섬 법칙이 장악한 세계이다. ‘승자의 독식’과 ‘패자의 고사’만 남아있는 모습은 한국뿐 아니라 중국 현실과도 꼭 닮아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새로운 기회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 기업은 거대한 부를 축적하고 시장 내에서 우위를 선점하며 IT 공룡으로 부상한 반면, 수많은 자영업자나 중소업체들은 패자부활전도 없는 오징어게임 같은 치열하고 매정한 경쟁 속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한편, 온라인 플랫폼 회사가 ‘마태효과(Mattew Effect,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는 더욱 가난해지는 현상을 이르는 말)’, 즉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최대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시진핑 중국 주석이 분배에 초점을 맞춘 ‘공동부유(共同富裕)’를 국정기조로 전면화하였다.

    • ◌ 공동부유 정책이란?

      기존의 1차 분배(시장 주도 하, 고용과 경제활동을 통한 소득 취득), 2차 분배(정부 주도 하, 세수와 사회보험 등을 통한 복지혜택)에 추가하여, 3차 분배(사회도덕에 기인한 부유층의 자발기부∙고소득자의 수입 조절 등)를 통해 빈부격차 해소와 소득 재분배를 추구하는 경제정책

지난 8월 17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재한 중앙재경위원회 제10차 회의에서 시 주석은 공동부유와 함께 반독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인 8월 18일 텐센트는 지난 4월에 이어 500억 위안(한화 약 9조원)을 추가 투자하여 ‘공동부유를 위한 특별계획’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특별계획을 통해 △저소득 계층의 소득증대, △기초의료시스템 개선, △농촌경제 활성화, △교육의 균형 발전 등을 위해 장기,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텐센트가 공동부유 헌납의 첫 스타트를 끊고 몇 달 후 9월 2일 알리바바는 오는 2025년까지 1000억 위안(한화 약 18조원)을 투입해서 공동부유를 선도한다고 밝혔다. 10대 행동에는 △ 과학기술혁신, △ 경제발전, △ 고부가가치 일자리, △ 취약계층 배려, △ 공동부유 발전 기금 등 5개 행동방향에서 출발하여, △ 저개발 지역의 디지털화 지원, △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금융 지원, △ 농업의 산업화 실현, △ 중소기업의 해외진출 지원 △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 △ 프리랜서, 임시∙일용근로자에 대한 복지 지원 등이 담겨있다.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돈으로 공동부유 실현 의지를 보여주었다면, 배달음식 플랫폼 메이퇀(美团)의 창업자 왕싱(王兴)과 온라인 생활정보 사이트 58퉁청(同城)의 창업자 야오진보(姚劲波)는 조금 다른 루트를 통해 공동부유에 대한 지지를 발표했다.

메이퇀 왕싱 CEO는 2021년 제2분기 실적보고회에서 “메이퇀(美团) 기업 명칭의 뜻이 바로 메이(美)의 better와 퇀(团)의 together이 합쳐진 ‘다함께 잘살자’이며, 공동부유 자체는 본래 메이퇀의 DNA 중 하나”라고 말했다. 58퉁청 야오진보 CEO는 위쳇 모멘트에 “다함께 잘살자는 공동부유의 메인은 역시 국민복지 향상과 살기 좋은 도시 건설”이라는 댓글을 남겼다.

 

□ 공동부유가 온라인 산업에 미칠 영향

중국은 「과도하게 많은 소득은 적절하게 조절한다」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여 부유층과 성공을 거둔 민간 대기업에 대해 「보다 많이 사회에 환원할 것을 장려하며, 기부」등을 권유하고 나섰다. 향후 고소득층을 겨냥하여 개인소득세의 엄격한 징수, 부동산세, 증여세, 상속세, 사치품세 등 각종 세금을 새롭게 만들어 세금 징수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물론 빅테크 기업이 솔선수범하여 공동부유와 ESG 경영을 실천해나가는 모습에 긍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중국 여론과 유력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시진핑 주석의 공동부유 정책을 반박하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중국의 대표 소셜미디어인 웨이보에는 “이상추구는 그만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가자”는 댓글이 올라오고,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DRC) 전 연구원인 웨이지아닝(魏加寧)은 “반독점도 맞지만, 그보다 최우선은 행정부의 공권력 독점과 국유기업의 독점을 규제하는 것”이며, “과거와 달리 지금 중국은 노동력, 자본, 기술의 힘만으로는 고속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경제성장이 한번 제동이 걸리면 재정∙금융∙고용위기가 연쇄적으로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래 중국에 혁신이 없다면 성장 둔화를 극복할 수 없으며, 혁신을 주도하는 원천은 민간기업과 민간투자에 있음”을 말하며, 정부가 민간기업을 ‘다스리고’ 싶다면 법적 보장을 제공하고 민간 기업이 불안에 떨지 않고 영구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자유경제 경제학계를 대표하는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장웨이잉(张维迎) 교수는 올해 9월 중국경제50인포럼에 기고한 《시장경제와 공동부유》논문을 통해 시 주석이 제기한 공동부유론은 시장경제를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주장하며, “부의 공정분배와 소득격차를 바로잡기 위해 부유층과 기업가를 표적으로 삼는다면 이들의 창업 적극성을 떨어뜨려 고용과 소비자, 자선 활동이 타격을 받으면서 시장경제가 후퇴할 뿐, 지금처럼 시장에 대한 신뢰를 잃고 정부가 더욱 개입을 많이 할 경우 공동부유가 아닌 공동빈곤에 빠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중국 시안대학교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학 석∙박사를 받은 장 교수는 1994년부터 베이징 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08년에는 베이징대학교 싱크탱크인 국가발전연구원을 설립하였다. 그는 2018년 10월 “중국이 과거 40년간 고속 성장할 수 있었던 원인은 시장의 힘, 창조력과 모험심으로 대표되는 기업가 정신, 서구가 지난 300년간 축적한 과학기술이 바탕이 되어 만들어진 것이며, 소위 말하는 ‘중국식 모델’ 때문이 결코 아니다.”라고 주장해 중국 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현재 중국경제50인포럼 사이트(50forum.org.cn)에서 장웨잉 교수가 9월 발표한 글은 삭제되었고, 장 교수의 개인 위쳇(WeChat) 계정도 삭제된 상태다.

▣ 참고자료

- 홍콩 「자유재경(自由財經)」, 중국경제학자 : 민간투자는 마지막 생명줄…반독점 칼날은 국유기업에 우선해야… (2021/09/06)
(https://ec.ltn.com.tw/article/breakingnews/3662724)

- 중국 「넷이즈닷컴(网易)」, 장웨이잉 : 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정확한 시장논리 (2021/10/08)
(https://www.163.com/dy/article/GLQMUAPC0519R8II.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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